사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력서에서 빼도 되느냐는 질문의 답은 조문 하나를 열어 보면 갈립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은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요구하지 못하는 정보를 세 가지로 들고 있는데, 사진과 주민등록번호는 그 목록에 없습니다. 넣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지만 그 근거가 이 조문은 아닙니다.
조문이 실제로 금지하는 것
제4조의3의 제목은 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입니다. 본문은 구인자가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각 호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합니다. 제1호는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제2호는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제3호는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입니다.
문장 구조에서 두 가지가 읽힙니다. 첫째, 금지 대상은 열거된 세 가지이고 그 밖의 항목은 이 조문이 말하는 범위 밖입니다. 둘째, 금지되는 행위는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것과 입증자료로 수집하는 것이며, 구직자가 스스로 적어 내는 것까지 조문이 다루지는 않습니다.
| 항목 | 제4조의3 각 호 | 이력서에서 |
|---|---|---|
|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 제1호 | 회사가 요구할 수 없음 |
|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 제2호 | 회사가 요구할 수 없음 |
| 직계 존비속·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 제3호 | 회사가 요구할 수 없음 |
| 사진 | 열거되지 않음 | 요구받으면 붙임, 아니면 생략 가능 |
| 주민등록번호 | 열거되지 않음 | 서류 단계에서 필요한 경우가 드묾 |
표의 아래 두 줄이 흔히 알려진 것과 조문이 갈리는 자리입니다. 사진을 요구하는 공고가 법을 어긴 것이라고 단정하려면 이 조문 말고 다른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사진을 빼는 쪽이 나은 이유
조문이 신체적 조건을 기초심사자료에서 몰아낸 취지는 직무와 무관한 외형이 서류 평가에 섞이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사진은 그 취지가 겨냥한 정보를 한 장에 담고 있습니다. 금지 목록에 없다는 것과 넣는 편이 낫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습니다. 사진 촬영과 보정에 드는 비용이 서류 통과 확률을 올린다는 근거가 없고, 공고가 요구하지 않는데 붙이면 회사 서식과 형식이 어긋나기도 합니다. 공고에 부착 지시가 있을 때만 넣는 방식이 단순합니다.
붙여야 한다면 파일 안에 넣는 것과 인쇄본에 붙이는 것을 구분합니다. 파일에 이미지를 넣으면 용량이 커지고 회사마다 열리는 모양이 달라지므로, 제출 방식이 인쇄본이면 사진 칸을 비워 출력한 뒤 실물을 붙이는 편이 깔끔합니다. 메일 제출이면 화면에서 잘리지 않는 크기인지 확인하고 보냅니다.
주민등록번호는 서류 단계에서 쓸 일이 드뭅니다
서류 전형에서 이 번호로 하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지원자를 구별하는 데는 이름과 연락처로 충분하고, 이 번호가 실제로 필요해지는 시점은 채용이 확정되어 4대보험 신고나 급여 지급 절차를 시작할 때입니다. 그 시점에는 회사가 별도 서류로 받습니다.
그래서 이력서에 적어 두면 필요하지도 않은 번호가 채용 담당자 메일함과 여러 부서의 폴더에 복사되어 남습니다. 회사가 서류를 어떻게 보관하고 언제 파기하는지를 지원자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공고가 번호를 요구할 때
공공기관 채용이나 자격 요건 확인이 필요한 전형에서는 생년월일이나 번호 일부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요구한 형식만큼만 적습니다. 앞 여섯 자리만 달라고 했는데 열세 자리를 다 적어 내면 공고가 요구하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더 낸 셈이 됩니다.
회사 서식에 금지 항목 칸이 있을 때
조문이 겨냥한 것은 구인자의 행위이므로, 회사 서식에 본적이나 가족 사항 칸이 남아 있다면 그 칸을 둔 쪽이 조문과 마주해야 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지원자가 그 자리에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에서 쓸 수 있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해당 칸을 비우고 제출해 봅니다. 형식 미비로 반려되면 채용 담당 부서에 문의해 그 칸이 필요한 이유를 물어봅니다. 그 과정에서 답이 오지 않거나 절차가 문제라고 판단하면 고용노동부의 안내 경로를 확인하세요.
넣지 않아도 되는 것과 넣어야 하는 것
빼도 되는 항목을 고민하는 시간보다 넣어야 하는 항목의 밀도를 높이는 쪽이 결과를 바꿉니다. 서류를 읽는 사람이 확인하려는 것은 이 사람이 맡을 일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하나입니다.
| 칸 | 비어 있으면 생기는 일 |
|---|---|
| 지원 분야 | 여러 직무를 동시에 뽑는 회사에서 분류되지 않음 |
| 담당 업무 | 직함만 남아 무슨 일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음 |
| 연락처·메일 | 서류가 통과해도 연락이 닿지 않음 |
| 경력 기간 | 재직 길이를 가늠할 수 없어 질문으로 돌아옴 |
표의 네 칸이 비어 있는 이력서가 사진이 없는 이력서보다 훨씬 불리합니다. 채용 담당자는 사진을 찾지 않지만 기간과 업무는 반드시 찾습니다.
제출하기 전에
공고를 다시 열어 요구한 항목과 형식을 대조하고, 요구하지 않은 개인정보가 들어가 있으면 지웁니다. 지운 자리는 비워 두지 말고 경력이나 보유 기술로 채우세요. 서식이 필요하면 이력서 양식에서 사진과 번호 칸을 접어 둔 채로 만들 수 있고, 설명이 필요한 서류는 자기소개서에서 따로 씁니다. 채용이 확정된 뒤 처음 받는 문서는 표준근로계약서입니다.